엷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는 그의옆에 앉았다 그리고는 앞에 놓인 술잔을 바라보고 있었다입맛을 다시면서 김영남은 술잔을 들었다 어느사이에 안재화는 방을 나가서 보이지않았다장사용의 파트너는 미스 진이라고 자기 소개를 했는데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고있었다 껄껄거리는 장사용의 어깨에 상반신을 기대고 무슨 말인지 열심히 늘어놓고있었다잔이 비었다술잔을 내밀며 김영남이 말하자 여자가 술병을 쥐었다이름도 말하지 않구서는미스 오예요 오희주다소 가늘었으나 여운이 남는 목소리였다 그녀는 술잔에 술을 채웠다넌 스타킹을 신지 않았는데그녀의 맨다리를 보면서 김영남이 말했다 미끈한 허벅지의 피부가 바로 눈앞에보였다나는 보기가 좋지만 안 추워 그렇게 하라고 안 마담이 시켰어아녜요 바지를 입고 와서 스타킹을 잊었어요 여기서 옷을 갈아입었거든요화장기 없는 얼굴이었다 입술이 발그레한 윤기를 내고 있었다그의 시선을 의식하자 눈을 깜박이며 머리를 돌렸으나 부끄러워하는 것 같지는않았다 안재화가 왜 이 여자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을까 궁리해 보았으나 알 수없었다 화장을 안해서인지도 모른다민영희는 시계를 올려다보았다 12시 5분 전이다 소리를 죽인 TV에서는 그림만어른거리고 있었다 아이들은 이미 잠자리에 들었고 집 안은 조용했다한동안 TV를 우두커니 바라보던 민영희는 탁자 위에 놓인 신문을 집어들었다부시럭거리며 종이가 펼쳐지는 소리가 커다랗게 들려왔다 사회면과 문화면은 아까읽었다그녀는 경제면을 펼쳐 들었다 수출업체들이 자금난으로 고전하고 있다는 기사가보였다 임금과 원부자재 비용이 상승한 반면 수출 단가는 경쟁국들 때문에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민영희는 신문을 덮었다거래선 접대가 있다고 했으니 오늘밤도 김영남은 술에 취해 들어올 것이다 어쩌면외박할지도 몰랐다시계가 느릿하게 12시를 치자 민영희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언제나 그렇지만 이렇게기다리고 있노라면 스스로가 비참해진다 그가 술집에서 거래선 접대라는 명목으로여자들과 노닥거리고 있는 동안 그녀는 집 안에서 가슴을 태우고 있는 것이다그리고 사업을 시작하고부터는 늦게 들어오고 외박하는 횟수가 부쩍 늘었다갖가지의 핑계를 대고 있지만 그 말을 한번도 믿어 본 적이 없었다 그는 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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