뗏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오가며 몇 번 시선은 마주쳤지만 짧은 눈인사만 했을 뿐이다[장사 잘 됩니까]건성으로 묻던 윤우일은 아직 여자의 이름도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저 그래요]시선을 내린 여자도 뜬 목소리로 대답했다 국솥에서 오뎅이 먹음직하게 끓고 있었다[소주 한 병하고 안주는 아무거나 해주세요]잠자코 술과 안주를 준비하는 여자를 보던 윤우일은 울컥 성욕이 솟구쳤다 허름한 셔츠와 이것 저것 얼룩진 행주치마 속 여자의 알몸은 건강했고 윤기가 흐르고 있었다 그 밤의 기억을 떠올리며 윤우일은 쓴웃음을 지었다여자가 오뎅국을 들고 와 내려놓자 윤우일이 물었다[장사 끝나고 오실랍니까]여자가 시선을 들고 윤우일을 보았다 두 볼이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어때요][오늘은 일찍 들어가 봐야 돼요]여자가 입술만을 달삭이며 대답했다 그리고는 마개를 딴 소주병을 앞에 놓았다[애가 아파서요][어디가 아픈데요][학교에서 오다가 차에 치어서 다리를 다쳤어요][저런]이맛살을 찌푸린 윤우일이 술병을 내려놓았다[그럼 애가 병원에 있습니까][퇴원하고 집에 있어요][집에 애가 혼자 있는 겁니까][친정 어머니가 와 계시지만 ]말끝을 흐린 여자가 정색하고 윤우일을 보았다[그날 일은 잊었으면 좋겠어요][그러지요]윤우일이 선선하게 대답하고는 술잔을 들고 웃었다[후회하시게 만들어서 미안합니다][제가 오히려 ]시선을 내린 여자가 빈 그릇을 그냥 들었다가 놓았다[그날 제가 미쳤었나봐요][좋았습니다 좋은 추억이었지요]한 모금에 소주를 삼킨 윤우일이 다시 웃었다[끝날 것을 걱정부터 한다면 아예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는 것이 낫지요]조윤경은 인사동의 전통찻집에서 다소곳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가 윤우일이 들어서자 얼굴을 활짝 펴고 웃었다 다소 뜻밖의 반응이었지만 윤우일도 따라서 웃었다 약속시간보다 10분 늦은 7시 10분이었다[미안 기다리게 해서]앞자리에 앉은 윤우일의 얼굴이 술기운으로 붉었지만 조윤경은 내색하지 않았다 [손님을 만나서 한잔했어][그럼 우리 저녁 대신 술 마셔요]조윤경이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나도 술 고파요][좋지]조윤경은 김은배의 사무실에서 일한 지 햇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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