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31일 목요일

서 시선을 뗀 김영남이 혼잣말처럼 말했다일 잘하

서 시선을 뗀 김영남이 혼잣말처럼 말했다일 잘하는 녀석이야응 1년차인데 괜찮은 녀석이야 머리 좋고 요령이 있는 놈이지박남표가 가볍게 대답했다담당이 뭔데완제품과 소속인데 왜그냥 인상이 좋아서조금 더 겪어 봐야 알게 되겠지 인상만 가지고는 모른다 맡겨진 일의 진행과목표에 대한 성과로 판단하게 되니까박남표는 자리에서 일어섰다자 점심이나 먹으러 가자 너에게 할 이야기도 있고그들은 방마다 쏟아져 나오는 직원들 속에 섞여 거대한 빌딩을 나왔다 거리에도삼삼오오 때를 지은 샐러리맨들이 식당을 찾아 몰려가고 있었다 박남표는 앞장서서 인파를 헤치고 나아갔다그들이 마주앉은 곳은 회사에서 한참이나 떨어진 조그만 골목 안의 한정식집이었다 방이 서너 개밖에 되지 않아보였으나 이미 사람들이 들어차 있었다박남표는 미리 예약을 한 모양이었다 주인의 안내를 받은 그들은 구석에 비워져있는 방으로 들어가 앉았다이 집이 한식으로 유명한 집이다 옛날에 대통령이 먹고 갔던 곳이야 이 촌놈아두리번거리는 김영남에게 그가 말했다대통령이 밥 먹은 집이 하나 둘이냐 청진동의 음식점 모두 그러더라 말짱거짓말이지그러나 따끈한 온돌방 바닥은 먼지 한점 없이 반들거리고 있었고 곧 들어온음식상은 박남표의 말마따나 조금은 다르게 보였다 조그만 접시에 반찬이 담겨져있는 것이 깔끔했고 정성들여 만든 흔적이 보였다 저절로 군침이 돈 김영남은젓가락을 들었다 서너 접시의 젓갈류와 밑반찬이 있었는데 멸치젓은 알맞게 삭아있었고 창란젓은 시큼했다좋군약간은 뻑뻑하면서도 구수한 맛을 물씬 풍기는 된장국을 한 숟갈 입에 넣은김영남이 마침내 머리를 끄덕였다밥은 사기그릇에 담겨져 있었다 기름기가 흐르는 쌀밥이었다괜찮아긴 파김치를 입에 넣고 씹으면서 김영남이 다시 말했다젓갈에다 매운 고춧가루로 비벼 만든 파김치는 알맞게 김이 죽어 있었는데 맵고신선했다자식 내 말이 빈말인 줄 알았어콩나물국을 떠 먹으면서 박남표가 웃었다너 재킷 만들어 보았지 직물 재킷 말이다밥그릇을 거의 비울 때쯤 되자 박남표가 물었다점퍼 아니면 긴 재킷둘 다그럼 작년에도 미국으로 뽑았는데 쿼터가 없어서 애를 먹었지만그러자 박남표는 머리를 끄덕이고는 잠자코 국을 떠 입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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