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아파트여서 둘러보고 말 것도 없다 구듯발인 채로 한수영은 안방에서 이쪽으로 다가오는 중이다 없어 아무것도 그의 말대로 빈 아파트였다 응접실에 소파 세트만 놓여 있을 뿐 가구 하나 없는 깨끗하게 비어 있는 집이었다 돈만 몌였어 200만 원 이런 젠장 낡은 가죽 소파에 털쌕 앉으면서 한수영이 이재영을 바라보았다의외로 밝은 얼굴이어서 이재영이 눈을 껌벅이며 그의 시선을 받았 다 내 돈 떼인 것은 아니니까 어쨌든 스릴은 있구만 오랜만에 아랫입술을 깨문 이재영은 응접실을 건너 닫혀진 베란다의 유리문을 열었다 겨울밤의 찬바람이 응접실로 몰려 들어왔다 백동혁에게 한세라의 납치 사실을 아느냐고 대뜸 묻자 그는 와락 덤벼들 듯한 자세를 보였다 그리고는 자신은 모른다는 것이다 그는 아예 문을 가 로막고는 그런 이야기를 어디에서 들었느냐고 오히려 이쪽을 심문하 기 시작했다 눈에 불을 켜고 있었는데 그것을 바라보던 이재영은 전화의 내용을 이야기해 주었다 아무래도 털어놓고 협조를 구하는 것 이 낫다고 믿었던 것이다 한세라는 집에도 없었고 친정에도 없었다친정 어머니는 한세라의 친구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재영에게 홍콩에 갑자기 가더니 전화 한통 없다고 푸념을 늘어 놓았던 것이다 백동혁은 결국 한세라가 납치당했다는 사실을 털어놓았고 김칠성이 입을 다물고 있으라고 해서 괴롭다고까지 했다 그는 전화의 내용176 밤의 대통령 제2부I을 듣고는 자신도 오겠다는 것을 겨우 진정시켜 놓았다 전화에서 김칠성의 일당이 시끄럽게 굴면 불행한 일이 일어난다는 말을 전해 준 것이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이 집에 감금시켜 놓았다면 무슨 흔적이 있을텐데 뒤쪽에서 한수영의 말소리가 들려 왔다 이건 뭐야 튀는 듯한 그의 말소리에 이재영이 몸을 돌렸다 한수영이 한손 에 구겨진 노란색 봉투를 쥐고 있었다 응접실의 구석에 팽개친 듯 놓여진 봉투였고 이재영도 지나치며 보았던 것이었다 한수영은 봉투의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선뜻 시선을 떼지도 않고 움직이지도 않는다 이재영이 두어 걸음 그에게로 다가가자 한 수영은 봉투를 거꾸로 들었다 그러자 봉투 속에 든 내용물이 응접실 바닥으로 쏟아져 내렸다 이재영의 눈에 선뜻하게 띈 것은 길고 검은 한움큼의 머리카락이 었다 가슴이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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