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떨떨해 있다가정신을 차렸다 그러자 와락 짜증이 난 것이다사우디에서 물건을 도둑 맞다니 어떻게 했길래하긴 예전의 사우디와는 달리 외국의 노동자들이 몇 백만 명씩이나 몰려와 있기때문에 그런 사건이 가끔씩 일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까지 그의 주변에서는그런 일이 일어난 적이 없다샘플을 몽땅 다 잃어 버렸단 말입니까그가 다시 소리치듯 물었다중요한 것은 여권보다 샘플이다 여권이야 한국 대사관에 가서 분실신고를 하면경유지 없이 한국까지 갈 수 있는 증명서를 해주지만 대사관에서 샘플을 만들 수는없다가방째 모두 가져 갔어 어느 놈이 그리고 손가방하고 여권을 나 이거 어떻게하지어떻게 하기는 뭘 어떻게 해 이 병신아홍성구가 속으로 중얼거렸다그는 이제 전쟁터에 총 없이 나온 군인이다 이빨 없는 개가 되었고 발톱 빠진고양이가 되었다호텔에서 경찰에 신고하겠다는데 그래서 잠깐 기다리라고 했어 귀찮게 될 것같아서아 씨팔 경찰이 찾아줄 것 같습니까 이것저것 묻고 당장에 여권 없으니까불법입국자로 처리할지도 모르는데생각나는 대로 지껄인 말이었지만 박재호는 덜컥 겁이 났는지 잠자코 있다할 수 없어요 거기 있어요 내가 제다로 돌아갈테니까 대사관에 우선 신고를해요 여권 분실 신고알았어 그건 오늘 밤이라도전화를 해요 당장다시 짜증이 난 홍성구는 거칠게 수화기를 내려놓았다리야드에서도 박재호와 멋지게 오더를 만들 참이었던 것이다 이제는 제다로 돌아갈수밖에 없다 시장기가 달아난 홍성구는 소파에 앉아 팔짱을 끼고는 벽을노려보았다어떤 놈이 샘플가방을 값진 것이 가득 찬 가방으로 착각한 모양이었다 손가방을집어간 것은 당연했다 지갑을 바지주머니에 넣어 두었다니 그나마도 다행이다운이 없군 그 사람운이 없는 것은 박재호만으로 그치라는 듯 벽을 향해 그가 말했다 그러자 김영남의얼굴이 눈앞에 떠올랐다 그는 품목당 다섯 매씩이 든 샘플 세 트렁크를 가지고쿠웨이트로 떠났다결국 박재호는 훔쳤던 샘플들을 다시 도둑 맞았으니 원점으로 돌아온 셈이 된것이다 아니 그는 그래도 손해는 아니다 제다에서 2백만여 불의 오더를 했으니그것으로 자위를 해도 되었다말라피는 20대 후반의 쿠웨이트 인으로 미국에서 3년 간 항공관제 교육을 받고쿠웨이트 공항에서 관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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