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번쩍 일어나면서 볼에 화끈한 느낌이 왔다 침대 위에 다시 엎어진 그녀의 귀에 김막동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움직이지 마라 움직이면 죽인다처음 듣는 것 같은 목소리였다 옆으로 쓰러진 정미혜는 앞으로 다가서는 사내의 하반신을 보았다 겨우 머리만을 세운 그녀는 방 안에 서너 명의 사내들이 몰려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가슴이 요란하게 뛰었다가 또다시 쿵 소리와 함께 내려앉았다 그리고는 이제 자신이 숨을 쉬는지 어쩌는지 느낄 수도 없게 되었다우선 이년을 묶어라누군가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 왔다벌거벗긴 몸으로 의자에 묶인 정미혜는 다리 오므리기를 단념하고는 머리를 돌렸다 시선을 마주치지 않는 것이 수치감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녀는 기를 쓰고 머리를 이쪽저쪽으로 돌리고 있었다 백윤호 역시 벌거벗긴 몸으로 팔과 다리를 묶인 채 방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뒷머리에서 피가 흘러 나와 상반신을 적시고 있는 것이 보기에도 끔찍한 모습이었다내가 알고 있는 것은 모두 말했으니 이젠 나를 풀어 주시오백윤호가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흐트러진 머리카락이 이마를 덮고 있었는데 무릎을 세우고 앉아 치부는 보이지 않았다난 시킨 대로만 했을 뿐이오 법정에 서서 증언하라고 해도 해주겠소머리가 아픈 모양인지 힘겹게 머리를 들고 있었다 김막동이 황필수에게로 머리를 돌렸다 황필수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탁자 위에 놓인 녹음기를 껐다비겁한 놈 모든 책임을 이인행이한테 넘기는군 이인행이 덕분에 특진을 했고 갖은 특권을 누렸으면서그래도 죽기는 억울합니다백윤호가 목을 뿐아 황필수를 올려다보았다나는 종범일 뿐입니다 그것도 강압에 의한 지시였고 잘 아실 거요 그 명령을 거역하면 어떻게 되는지황필수가 머리를 돌려 김막동을 바라보았다 백윤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살려만 준다면 당신들에게 협조하겠습니다 무슨 일이든지 하지요정미혜는 백윤호의 얼굴에 땀방울이 맺혀져 있는 것을 보았다 온몸에 싸늘한 한기가 스치고 지나갔다 수치감을 따질 형편이 아닌 것이다죽여 없앱시다김막동의 가라앉은 목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저년까지 함께 없앱시다숨을 들이마신 정미혜가 머리를 들고는 처음으로 김막동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시선이 마주쳤으나 그의 표정에는 조그만 변화도 찾아볼 수 없었다 마치 돌멩이를 바라보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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