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한 일이오 그사람 참 바르고 똑똑하지 법일 스님은 회상적인 얼굴이 되었다 예 식견이 남다르고 배울 점이 많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과거에 대해선 의식적인 것처럼말을 하지 않습니다 김범우는 그동안 궁금하게 생각해왔던 점을 털어놓았다 그렇던가요 아마 그랬을 것이요 자아 과일 좀 들어요 법일 스님은 사과 한 쪽을 조금 깨물어 천천히 씹으며 무슨 생각엔가 잠겨 있더니 요즈음 방식으로 두 쪽으로만 편가르기를 하자면 그 사람도 천상 공산주의자일밖에 없지요 허나 공산주의자는 아니고 좀더 엄밀하게 구분하자면 뭐라고 해야 할까 민족적 사회주의자라고 하면 어떨까요 그 사람 학생 때부터일본에 대한 저항감이 대단했고 사상서적도 많이 읽었고 웅변도 잘했는가 하면 글재주도상당했지요 그런 생각이나 다능함이 대학공부를 거치면서 더 깊고 넓어졌을 것은 자명한일이고 그래 해방 전 해에 공산주의자로 몰려 징역을 살다가 해방을 맞았는데 바로 고향강진으로 가서 젊은이들을 모아 자치대를 만들어 활동을 시작했지요그 사람이 제일 먼저 시작한 것이 민족반역자들을 가려내서 처벌하는 것이었는데 전체 주민들의 비밀투표 결과 제일 악하게 굴었던 두 사람을 죽였지요 그런데 그게 군정이 실시되면서 친일 반역자들이 다시 득세하게 되니까 그 사람을 살인자로 몰아 죽이려 들었어요 그래서 서울로 몸을 피할 도리밖에 없게 된 게지요 이런 과거를 그 사람이 입에 올리기 좋아할 리 없겠지요 그 사람이 기자생활을 하는 건 그 사람 자신을 위해서나 우리 사회를 위해서나 아주 잘된 일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 사람들 힘으로 우리 사회가 조금씩이나마 바르게 지켜져야 할 테니 말이요 김범우는 미루어둔 말을 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아직 말씀을 못 드리고 있었는데 실은제가 이 선배님 알선으로 통신사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한 두어 달 됐습니다 아니 어찌된 연고로요 법일 스님이 사뭇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예 서울에 가서 보니 다 늦은 공부에 애착을 가질 분위기도 아니고 저 자신도 의미를 찾을 수도 없고 그랬습니다 지가생활같은 걸 통해서 현실 속에서 뭔가 바른 것을 찾고 뭔가 실천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이 선배님한테 자릴 부탁했던 겁니다 그리 되었군요 아주 잘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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