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해도 된다 우선 푹 쉬도록 해라 돈 호세는 그녀의 뺨을 살며시 쓰다듬었다 목욕 준비 다 됐습니다 목욕탕에서 안젤라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마리아 고모와 훌리아는 재빨리 남자들을 방밖으로 몰아냈다 하지만 라파엘만은 막무가내로 그 자리를 움직이려고 하지 않았다 가르시아 선생이 오기 전까지 아나리자는 제가 돌보겠어요 여긴 맡겨두세요 라파엘이 마리아 고모에게 그렇게 말했다 잠깐만요 목욕 정도는 혼자서도 할 수 있어요 아나리자는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당신은 잠자코 있도록 해요 꼬마아가씨 자 모두 나가 주지 않겠어요 아니 그럴 순 없다 마리아 고모가 반대했지만 돈 호세가 그녀의 팔을 잡고 문 쪽으로 끌어당겼다 자 모두 나가도록 하자 뒷일은 내 아들에게 맡겨 두기로 하고 이번엔 아무도 돈 호세의 말을 거역하지 않았다 모두가 방을 나가고 육중한 문이 닫혔다 라파엘 당신이 이방에 있는한 난 옷을 벗지 않을 거예요 이러쿵저러쿵 하지 말아요 아뇨 할 거예요 나는 내 발로 목욕탕까지 걸어가 직접 옷을 벗고 내 발로 욕조에 들어갈 거니까요 하지만 바닥에 발을 디디고 일어서는 순간 아나리자의 몸은 휘청 꺾였다 라파엘이 재빨리 그녀를 잡아 주었다 아나리자 내가 하라는 대로 해요 지금만이라도 좋으니까 잃어버렸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당신이 다시 나에게로 돌아온 거요 다시 또 헤어지고 싶지 않소 그러니까 내게 모두 맡겨요 알았어요 사실 말싸움할 기운조차 없거든요 하지만 타올을 펼쳐서 내 몸을 가려주면 고맙겠어요 라파엘은 목욕탕에서 커다란 타올을 가져다 아나리자가 옷을 벗는 동안 그것을 펼쳐들고 있었다 아나리자는 그의 손에서 타올을 받아 맨몸을 가렸다 이젠 이쪽을 봐도 돼요 라파엘은 그녀쪽으로 몸을 돌리더니 갑자기 그녀를 안아들었다 그리고 어안이 벙벙해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있는 그녀를 목욕탕으로 데리고 가 거품이 가득한 욕조 속에다 살며시 내려놓았다 바스샴푸 거품이 몸을 가려 주었다 아나리자는 몸을 가렸던 타올을 풀어 그에게 넘겨주었다 라파엘은 그녀가 욕조에 편히 잠겨 있는 것을 확인하고 목욕탕을 나갔다 뜨거운 물에 전신을 담그고 있는 것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기분 좋은 일이었다 이대로 눈을 감고 잠자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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