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간절하게 빌고 있었다 다 아시대끼 아그아부지가 집 나가 해럴 넴겠십니다워디서 멀 허고 사는지 그저 무사허게 살펴주십소사 워디서고 무사허게 살어만 있으먼 더바랄 거이 R응께 살펴주십소사 살펴주십소사 남양댁은 차례상을 물리고도 남편 생각에 가슴이 막혀 밥을 넘길 수가 없었다 설이 되면날짐승 들짐승도 한자리에 모인다는데 남편은 어느 하늘 아래를 떠돌고 있는 것일까 발단이야 어찌 됐든 간에 멀쩡한 사람을 그것도 예삿사람이 아니라 지체가 높은 양반이고 지주를 숨길만 붙어 있지 죽은 것이나 다름없이 만들고 말았으니 언제나 그 죄가 풀려 만나게될지 앞날이 막막할 뿐이었다 좌익하는 사람들은 군인에 경찰에 청년단까지 눈에 불을 켜고 지키는 속에서도 사람이 죽으면 죽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하건만 남편은 어디서 무슨일을 하기에 그리도 까마득히 소식이 없는지 몰랐다 부쩍 가슴이 삼동 응달처럼 된 것은 동서 외서댁마저 옆에서 떠나버린 탓이었다 동서가장흥 이모네로 떠나는 것이 못내 싫었지만 옷깃 한번 잡아 만류해보지 못하고 말았다 동서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떠날 수밖에 없는 기박한 처지였다 부정한 씨를 낳자마자 갖다주었다가 다시 데려온 것도 그랬지만 그 자식을 사람들 눈총 받아가며 키운다는 것은 얼마나바늘방석일 것인가 남 말 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벌써 열 가마니 쌀이면 팔자 고쳤다느니남편 노릇 제대로 못하더니 죽으면서 부조하고 갔다느니 입들을 놀려대는 판이었다 아이를다시 데려온 것이 잘한 일인지 잘못한 일인지 분간이 어려운 채로 동서의 팔자를 생각하면기막히고 안쓰러워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자신도 신령님이 보살피고 조상님이 도우사 임신을 피했기에 망정이지 만약 허가놈의 씨가 달라붙었더라면 어찌 됐을 것인가를 생각하면등줄기에 얼음이 맺혔다 그러나 허가놈과의 일은 과거지사만이 아니었다 남편이 이리 소식이 없고 빚이 남아 있는 한 그놈은 언제 또 지게문에 구멍을 뚫을지 몰랐다 그러고보면 장흥댁 남편과 목골댁 남편은 그 의리 단단하기가 제석산 바웃덩어리요 그마음 깊고 넓기가 오동도 앞바다였다 내색 한번 없이 두 마지기 농사를 나눠 짓고 타작까지 해서 마루에 부려놓았던 것이다 인정사정없는 세상인심 속에서 부처님이 따로 없고 신령님이 따로 없었다 그저 몰른 디끼 있으시오 공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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