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내갈 수는 없는 일이다장 이사는 언제 올라오지아마 모레쯤 출근할 것 같습니다안일제와 직원들을 앉혀 놓고 열띤 표정으로 지껄이는 그의 얼굴이 떠올랐다앞뒤를 가리지 않고 쳐들어가는 성격의 장일수였다그는 4천7백만 원이 모자라 어음의 교환을 막지 못해서 부도를 내는 것보다 우선 빈박스를 싣고 돈을 찾는 것이 낫다고 믿는 것이다 하기는 결과론적이지만 그것이바이어도 살리는 결과가 된다 회사가 망해버리면 판매계획을 세우고 있던 바이어도제때에 물품을 받지 못해 망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박 이사는 어디 갔나오후부터 보이지 않던 박재호를 찾았다 오더와 생산관리는 박재호의 소관이다관리와 자금을 맡고 있는 장일수보다 박재호가 나서 준다면 이렇게 꺼림칙하지는않으리라고 생각되었다집에 일이 있다고 일찍 퇴근했습니다무슨 일시골에서 누가 올라오신 모양입니다김영남은 손에 쥔 담배를 내려다보았다 어느 사이엔지 담배는 가운데가 부러져있었다 새 담배를 꺼내어 입에 문 그는 불을 붙였다내가 내일 아침에 장 이사한테 전화를 하겠어 그러고나서 결정하도록 하지이번 달도 그렇지만 다음 달도 문제인데요신태현이 자리를 고쳐 앉으며 말했다다행히 한성상사의 오더가 있어서 2개월 후에는 겨우 현상유지가 되기는하겠습니다만지금 어음 용지가 몇 장이나 남아 있지의외였던 모양으로 잠시 머리를 기울이던 신태현이 대답했다10장쯤 아니 12장 정도 남아 있을 겁니다사채시장에서 할인해 쓸 수 없을까사장님 이자가 3부에서 5리까지 갑니다 더구나 저희 회사는 상장회사도아니어서종합상사들도 어음뭉치를 들고 할인하려고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저희들어음은있을 거야 우리 회사를 잘 아는 사람이든지 아니면 그들에게 자세히 설명해 줄수도 있겠지 우리 회사를이맛살을 찌푸린 채 신태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자신이 발행한 어음을 들고할인해서 현금으로 되돌려 받는 방법은 어쩌면 중소기업의 마지막 현금동원방법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사채시장의 전주들이 호락호락 바꿔주냐면 그것은당치도 않은 말이다 그들의 정보와 채권확보 수단은 은행보다도 더욱 철저한것이다어쨌든 그 방법이 빈 박스를 싣고 네고하는 것보다는 나아 내일부터 알아봐 나도알아볼테니까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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